4화 — “엄마, 내가 잘못했어”

4화 — “엄마, 내가 잘못했어”

복원된 음성은 어머니가 듣고 싶었던 말로 시작되지 않았다.

변호사를 통해 디지털 자료 복원을 맡긴 지 열흘째였다. 원본 휴대전화와 저장 파일을 함께 살핀 전문가는 끊긴 뒤의 일부 음성을 복원했다. 남은 잡음까지 억지로 해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복순은 가게 문을 닫았다. 지호와 서연이 마주 앉았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여덟 해 전의 아들이 돌아왔다.

“엄마…… 미안해.”

늘 여기서 멈추던 목소리가 이번에는 이어졌다.

“나, 확인 안 하고 사인했어. 위에서 다 봤다고…… 이름만 쓰라고 해서.”

복순은 무릎 위 손을 꽉 쥐었다.

“뒤에 문이 잠겼어. 사람들 몇 명은 나갔는데…… 안에 애가 있어.”

기침. 무언가 끌리는 소리. 가까운 곳에서 짧게 울린 다른 남자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거, 없던 일로 하지 마. 근데 그 애는…… 불낸 거 아니야.”

지호가 입을 틀어막았다.

“엄마, 나 잠깐만. 다시 들어가야 돼.”

메시지가 끝났다.

복순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지호가 겨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그 말 하지 마.”

복순은 눈을 닦지 않고 말했다.

“지금은 우리 애 목소리 좀 기억하게.”

민재는 잘못했다. 확인하지 않은 점검표에 이름을 썼다. 복순은 그 사실을 없앨 수 없었다. 그러나 잘못을 깨달은 뒤 어디로 뛰어갔는지까지 지워져서는 안 됐다.

서연이 말했다.

“제 진술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복순은 처음으로 그녀 앞에 따뜻한 물을 놓아줬다.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연도 그 이상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음 날 자료 제출을 앞두고, 박 대령이 다시 찾아왔다. 그는 연락을 받고 들어왔다는 말도 없이 휴대전화를 봤다.

“복원했다면서요.”

복순이 전화기 위에 손을 얹었다.

“어디까지 손을 뻗으려고요?”

“아드님 목소리로 잘못을 인정했겠죠. 그걸 내놓고 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내 아들은 돌아갈 수 없는 데를 들어갔어요. 애 하나 꺼내겠다고.”

박 대령이 지호를 돌아봤다.

“네가 말해. 저걸 내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지호는 복순 옆에 섰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말해야죠.”

박 대령이 목소리를 낮췄다.

“내일 거기 가면, 넌 더 이상 내 아들 아니다.”

지호의 턱이 떨렸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아버지 아들로 살려고 여덟 해를 입 다물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살아남은 사람으로 말하겠습니다.”

박 대령은 의자를 밀치고 나갔다. 종이 크게 울렸다. 아무도 그 문을 따라가지 않았다.

새벽 다섯 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창고에서 살아 나온 최도현이었다.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그가 첫차보다 먼저 차를 몰고 왔다. 품에는 서류봉투가 있었다.

“문에 쇠사슬이 걸려 있다고 보고한 메일입니다. 제 개인 계정에도 보낸 게 남아 있었습니다. 점검표가 만들어지기 사흘 전입니다.”

그는 봉투를 놓고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 하나 더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날 박태오는 바깥에서 아들 이름을 불렀다. 민재는 다시 들어가기 직전 그에게 물었다고 했다.

“안에 있는 애, 대령님 아들입니까?”

박태오가 그렇다고 하자, 민재는 자신에게 점검표를 내밀었던 그 상관의 얼굴을 잠깐 봤다.

그리고 도현에게 전화기를 맡겼다.

“제가 안 나오면, 어머니한테 이것 좀 전해주십시오.”

복순은 지호를 바라봤다. 지호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민재는 누구의 아들인지 알고도 돌아갔다.

마지막 화에서 — “제 아들 잘못까지, 한 글자도 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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