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살아 있던 아들을 죽었다고 쓴 사람

2화 — 살아 있던 아들을 죽었다고 쓴 사람

“제가 서명했습니다.”

한서연은 쪽지를 내려놓았다. 복순이 찾아온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사망 시각이 적힌 확인서요. 제 서명입니다.”

복순은 가방을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그 말을 하려고 나를 앉혔어요?”

서연은 잠긴 서랍에서 누렇게 변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작성한 최초 처치기록의 사본이었다.

“원래 기록은 이겁니다. 정식으로 제출하겠습니다. 제가 한 일도 함께 진술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서연은 국밥집을 찾아왔다. 복순은 손님을 모두 보낸 뒤 셔터를 반쯤 내렸다.

종이 한가운데, 복순이 알아볼 수 있는 숫자가 있었다.

21:26. 의식 반응 있음.

“살아 있었네.”

복순의 목소리가 이상할 만큼 작아졌다.

“여기 왔을 때, 우리 애 살아 있었네.”

“네. 이후 상태가 악화돼서…….”

“내가 그 복도에 있었어요.”

서연의 입술이 벌어졌다.

“살아 있느냐고 물었어요.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선생님,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서연은 기억했다. 이미 늦었다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기록을 다시 쓰라고 했습니다. 시계가 잘못됐다고, 지휘부에서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아니. 확인은 했잖아요. 살아 있는 걸 직접 봤잖아요.”

서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복순이 기록지를 접었다. 찢을 듯 종이 끝을 움켜쥐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폈다.

“오늘은 울지 마요. 내가 선생님까지 달래줄 힘은 없어요.”

서연은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그날 기록에서 빠진 사람에 대해 말했다.

군인 일곱 명 외에 민간인 소년 한 명이 있었다. 파란 점퍼를 입었고, 왼쪽 눈썹이 찢어져 있었다. 서연이 이름을 묻기도 전에 박태오가 아이를 다른 진료실로 데려갔다. 최종 인원표에서 소년은 사라졌다.

복순의 머릿속에 지호의 흉터가 떠올랐다.

“아이 하나를 지우려고…… 우리 애가 도망갔다고 한 거예요?”

서연은 단정할 수 없었다. 대신 자신이 본 일을 모두 적었다. 두 사람은 다음 날 변호사를 만나 사본과 진술서를 맡겼다. 복순은 접수증을 가방 가장 안쪽에 넣었다. 이번에는 정문에서 돌려받은 종이가 아니었다.

그날 저녁, 박 대령이 가게에 와 있었다.

“장사 오래 하셨네요.”

그는 갈라진 벽지를 보며 말했다. 식탁 위에는 두툼한 봉투가 놓여 있었다.

“이제 좀 편하게 사셔야죠.”

복순은 봉투를 열지 않았다.

“이건 무슨 돈이에요?”

“위로라고 생각하십시오.”

“내 아들 죽은 값은 나라에서 받았어요. 이건 입 다무는 값인가?”

박 대령의 미소가 사라졌다.

“끝까지 가시면 어머니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나옵니다.”

복순은 봉투를 그의 손앞까지 밀었다.

“그럼 내놓으세요. 팔 년이나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뭘 더 못 보겠어요.”

박 대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서자 전화가 울렸다. 그는 처마 아래서 전화를 받았다.

“거기 가지 말랬지.”

복순은 그릇을 들던 손을 멈췄다.

“지호야. 아버지가 해결한다고 했잖아.”

복순의 손에서 숟가락이 떨어졌다.

빗속에 무릎을 꿇었던 아이. 아들 사진 앞에서 울음을 삼켰던 아이.

그 아이는 박태오의 아들이었다.

3화에서 — “네 아버지가 나한테 돈을 놓고 갔다. 너는 뭘 하러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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